"여러분~ 남 신경 쓰면 나를 잃게돼요"
인천=민학수 기자 / 입력 : 2017.09.06 03:04
골퍼 김인경, '꿈과 희망' 주제… 어린이·학부모 대상으로 강연
"살면서 언제 가장 힘들었어요?"
조숙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질문이 초등학교 1·2학년 학생들에게서 나왔다. 드라마 같았던 골프 역정을 잘 알 리 없는 어린이의 질문에 김인경(29·사진 가운데)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이렇게 대답했다. 어린이들을 데려온 학부모들도 호기심 어린 얼굴로 김인경을 바라보았다.
"다른 사람 시선을 신경 쓰고 내 생각을 잊어버리고 흔들릴 때요. 친구들도 그런 적 있죠?"
5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'2017 더 퍼스트 티 코리아 하반기 정기 교육'. 김인경은 이날 '꿈과 희망'을 주제로 30여 어린이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연했다. '더 퍼스트 티(The First Tee)'는 미국에 본부를 두고 골프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성을 함양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한 해 400만명 이상이 참가한다. 정직과 스포츠맨십, 자신감, 인내 등의 가치를 길러주는 데 초점을 둔다. 한국 지부는 2015년 프레지던츠컵을 통해 마련된 기금으로 설립돼 나인밸류스(이사장 류진) 재단이 교육을 주관하고 있다. 스페셜올림픽 홍보 대사 등 다양한 자선 기부 활동을 하는 김인경은 지난해 이 재단의 초대 이사를 맡았다.
김인경은 5년 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30㎝ 퍼팅을 실수하며 메이저 첫 우승 기회를 놓쳐 '불운의 아이콘'으로 알려졌다. 하지만 올해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는 등 3승을 거두며 '불굴의 아이콘'으로 변신했다.
김인경은 "초등학생 때는 토요일 수업 안 나오고 월요일만 되면 트로피를 들고 오는 친구를 보고 부러워서 골프를 시작했다"며 "1년 동안 아버지를 졸라 결국 골프를 하게 됐는데 지금은 골프가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"고 했다.
김인경이 한 어린이에게 "내가 몇 살쯤 돼 보여요"하고 물었다. 아이가 "열 살요"라고 답했다. 김인경은 "맞아요. 정신 연령은 열 살이에요"라며 "자연과 함께하는 골프, 그리고 좋은 기운을 주는 분들 덕분에 자꾸 어려지는 것 같아요"라고 했다. 그는 처음 라운드를 나갔을 때 145타를 쳤다고 한다. 벙커샷을 할 줄 몰라 울면서 쳤다. 첫 실전 경기에서도 115타를 칠 만큼 출발이 늦은 골퍼였다. 그는 "클럽을 끌어안고 잘 정도로 골프를 좋아하다 보니까 실력도 따라서 좋아지더라고요" 했다.
김인경은 "프로 골퍼는 늘 이동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했는데, 어느 날 우주를 오가는 미국 나사(NASA)에 근무하는 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구에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어요"라고 했다. 이 이야기에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크게 웃었다.